낯선 나라에서 처음 열이 났을 때, 가장 먼저 든 생각은 ‘여기서 병원은 어디로 가야 하지?’였다. 해열제 하나 사기도 어려웠고, 보험은 적용되는지조차 몰랐다. 그제야 알게 되었다. 아플 때, 그 나라의 시스템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아래는 내가 직접 경험했거나, 실거주자들이 극찬한 ‘외국인도 병원 이용이 쉬운 나라 TOP 3’이다.
1. 독일 – 외국인에게도 관대한 공공의료 시스템
독일은 세계에서 가장 안정된 국민건강보험(Krankenversicherung) 체계를 갖춘 국가다. 외국인도 장기 체류 비자나 학생/워킹홀리데이 비자만 있으면 공보험에 의무 가입하며, 가입 즉시 병원, 약국, 치과 모두를 ‘현지인과 동일하게’ 이용할 수 있었다.
가장 인상 깊었던 점은 영어 진료 병원 수가 매우 많고, 예약 시스템이 투명했다는 것이다. 일반의(GP) 방문은 대부분 무료이며, 전문의 소개서만 있으면 MRI, 혈액검사도 보험 적용을 받을 수 있었다.
응급실 비용도 10~20유로 선이며, 약값은 대부분 5유로 이하의 자기 부담금으로 해결할 수 있었다. 외국인 여행자라면 유럽 의료 협정(EHIC) 혹은 유료 단기 보험으로도 접근성이 높았고, 무엇보다 의료진이 친절하고 불필요한 과잉 진료가 없는 점이 신뢰를 줬다.
2. 포르투갈 – 유럽 내 최고의 ‘가격 대비 의료 만족도’
포르투갈은 OECD 보고서에서도 의료비 대비 만족도 1위에 가까운 국가로 평가된다. 특히 리스본, 포르투 지역은 외국인 전용 클리닉, 영어 진료 가능한 공공병원이 많아 장기체류자 사이에서도 평이 높았다.
포르투갈의 공공의료는 국민건강시스템(SNS)에 기반하며, 외국인도 비자 체류 시 등록만 하면 저렴하게 이용 가능했다. 응급 진료비는 약 15~20유로 수준이며, 일반 내과/소아과 진료는 5~10유로에 가능했다.
특히 인상적인 점은 병원 대기 시간이 짧고, 의료진이 영어 응대에 익숙하다는 것이었다. 시민권이 없어도 장기 체류자 등록(NIF, 건강보험번호 발급)만 하면 처방전도 앱으로 바로 확인할 수 있었고, 약국 시스템이 디지털화되어 있어 외국인도 ‘병원-약국-보험’ 루트를 쉽게 따라갈 수 있었다.
3. 태국 – 외국인 진료에 특화된 고급 병원 시스템
태국은 동남아에서 가장 외국인 의료관광이 활성화된 국가이며, 그만큼 외국인 환자를 위한 진료 시스템이 잘 구축돼 있었다. 방콕, 치앙마이 등 주요 도시에는 국제병원(International Hospital)이 다수 존재하
며, 의사 대부분이 영어 가능하고, 일부 병원은 한국어 통역 직원도 배치되어 있었다.
진료 비용은 공공병원보다 비쌌지만, 한국과 비교하면 훨씬 저렴했다. 예: 종합 진료 + 혈액검사 + 처방까지 평균 70~100달러 수준.
특히 태국은 여행자보험이나 해외 상해보험 적용이 매우 원활하며, 진료 후 영수증에 ‘보험 청구용 서류’가 자동으로 첨부되는 경우도 많았다. 의료 수준도 상당히 높은 편이며, 청결도, 대기 시간, 친절도 모두 기대 이상이었다.
정리: 병원 시스템은 여행보다 더 현실적인 삶의 기준이었다
1년 살기 중 가장 외로웠던 순간은 아플 때였다. 하지만 위 세 나라에서는 현지인처럼 병원에 들어가고, 설명을 듣고, 약을 타오는 그 자체가 회복의 시작이었다. 정보가 없으면 공포가 커지고, 공포는 몸을 더 아프게 만든다. 반대로 의료 시스템이 투명하고 신뢰가 가면, 그 나라는 진짜 ‘살 수 있는 나라’가 된다는 걸 느꼈다. 아플 때 두렵지 않은 나라가 결국 1년살기에 가장 중요한 기준 중 하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