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1년 살기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국제운전면허증은 단순한 여행용 서류가 아니라 생활의 필수 도구였다. 짧은 여행에서는 렌터카를 며칠 빌리는 정도로 충분했지만, 장기 체류자가 되면 출퇴근, 장보기, 아이 등하교까지 운전이 생활과 직결된다. 문제는 국제운전면허증이 만능이 아니라는 점이다. 유효기간, 국가별 인정 여부, 현지 면허 교환 제도를 모르면 예기치 못한 제약을 겪게 된다. 따라서 국제운전면허증을 단순히 발급받는 것을 넘어서 체류국 제도에 맞춘 준비가 필요했다.
국제운전면허증의 유효기간과 한계
한국에서 발급하는 국제운전면허증은 제네바 협약(1949년)에 따라 대부분의 협약국에서 사용 가능하다. 발급일로부터 1년 간만 유효하며, 해외 현지 면허가 없어도 운전이 가능하다. 그러나 체류국의 규정에 따라 인정 기간이 다르다는 점이 함정이었다. 예를 들어 독일은 입국 후 6개월까지만 국제면허증을 인정하고, 이후에는 반드시 독일 면허를 발급받아야 했다. 프랑스 역시 거주 허가증을 발급받은 시점부터 1년 내 교환을 요구했다. 일본은 단기 여행자는 국제면허증으로 운전 가능하지만, 장기 비자 소지자는 일본 면허로 교환하지 않으면 불법 운전이 된다. 즉, 유효기간 1년을 그대로 믿고 있다가 장기 체류 중 운전이 제한되는 사례가 많았다.
한국 면허 교환 제도가 있는 나라
장기 체류자가 반드시 확인해야 할 것은 한국과의 운전면허 상호인정 협약 여부였다. 포르투갈, 벨기에, 오스트리아 등은 한국 면허를 시험 없이 현지 면허로 교환해 주었다. 미국은 주마다 다르다. 뉴욕주는 필기시험을 봐야 하고, 캘리포니아주는 아예 교환 제도가 없어 새로 시험을 봐야 했다. 호주 역시 주마다 규정이 달라, 어떤 지역은 단순 교환이 가능하지만 어떤 곳은 필기와 실기를 다시 치러야 했다. 반대로 베트남, 필리핀, 인도네시아 같은 나라는 교환 제도가 없어 국제면허증이 만료되면 현지 면허 시험을 새로 치러야 했다. 따라서 장기 체류지 선택 단계에서 이미 면허 제도를 확인하는 것이 중요했다.
실질적인 준비와 신청 절차
출국 전 가장 현명한 방법은 한국 면허를 영문 병기 운전면허증으로 교체하는 것이었다. 국제운전면허증과 함께 영문 면허증을 소지하면 현지 면허 교환 시 요구되는 서류를 간소화할 수 있었다. 교환 신청 시 보통 필요한 서류는 한국 면허증 원본, 국제면허증, 여권, 거주허가증, 사진, 현지 건강검진서였다. 일부 국가는 아포스티유 공증이 요구되기도 했다. 신청은 대부분 입국 후 6개월 이내에 해야 하므로 늦게 준비하면 시험을 새로 봐야 하는 불편을 겪는다. 또한 국제면허증 발급일은 체류 종료 시점과 겹치지 않도록 조정하는 것이 필요했다. 출국 직전에 발급받으면 1년 전체를 커버할 수 있었다.
렌트와 보험에서의 주의사항
렌터카를 이용할 때는 국제운전면허증만으로는 부족할 때가 많았다. 일부 렌트 회사는 영문 표기된 한국 면허증을 반드시 요구했고, 보험사 역시 국제면허증만으로는 보상 범위를 제한하는 경우가 있었다. 특히 사고 발생 시 국제면허증의 유효기간이 체류 기간을 초과했거나 현지 규정과 맞지 않으면 보험 처리가 거부될 수 있었다. 따라서 장기 체류자는 반드시 현지 보험 약관에서 국제면허증 인정 범위를 확인해야 했다. 교통사고는 단순한 벌금이 아니라 체류 자격과 직결되는 문제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서류 준비가 곧 안전망이 되었다.
정리: 국제운전면허증은 시작일 뿐이다
국제운전면허증은 해외에서 운전을 시작하는 열쇠였지만, 장기 체류를 보장하는 만능열쇠는 아니었다. 유효기간은 1년에 불과하고, 체류국의 규정에 따라 인정 기간이 달랐다. 한국과 협약을 맺은 나라에서는 손쉽게 면허 교환이 가능했지만, 협약이 없는 나라에서는 새 시험을 봐야 했다. 따라서 출국 전 영문 면허증을 준비하고, 국제면허증 발급 시기를 조정하며, 체류국의 교환 제도를 반드시 확인하는 것이 안전했다. 결국 국제운전면허증은 출발점일 뿐, 장기 체류의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것은 현지 제도에 맞춘 철저한 준비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