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체류지를 고를 때는 여행의 설렘보다 생활의 안정이 우선이었다. 특히 1년이라는 시간은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사는 것’에 가까운 경험이기에, 생활비와 치안은 가장 중요한 고려 요소였다. 이번에는 비교적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실제로 살아보면 물가와 치안 면에서 큰 만족을 주는 세 나라를 소개하고자 한다.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그리고 우루과이였다.
알바니아(Albania) – 발칸의 지중해 일상
알바니아는 발칸반도의 작은 나라지만, 유럽에서 가장 숨겨진 보석 같은 곳이었다. 아드리아 해와 이오니아 해를 동시에 끼고 있어 아름다운 해안선을 자랑했고, 생활비는 서유럽의 절반 이하였다.
물가: 수도 티라나에서는 월세가 30만 원대부터 가능했고, 해안 도시 두러스나 사란다에서는 바닷가 아파트도 월 40만 원 선에서 구할 수 있었다. 카페 한 끼 식사는 5천 원 이하였다.
치안: 발칸 전쟁의 이미지와 달리 지금은 매우 안정적이었고, 외국인 범죄율도 낮았다. 현지 경찰이 적극적으로 외국인을 보호하는 분위기였다.
현지 생활 팁: 해산물 시장에서 신선한 생선을 저렴하게 사 먹는 즐거움이 컸고, 택시보다는 장기 체류 시 중고차 렌트가 훨씬 편리했다. 또한 현지인들이 한국인에 대해 호감을 갖고 있어 교류하기도 수월했다.
북마케도니아(North Macedonia) – 오흐리드 호수의 평화
북마케도니아는 발칸 깊숙이 자리한 내륙 국가였다. 아직 대중 관광지로는 덜 알려졌지만, 유네스코 세계유산으로 지정된 오흐리드 호수와 수도 스코페의 고즈넉한 분위기는 장기 체류자에게 안정적인 일상을 선물해주었다.
물가: 스코페에서 아파트 렌트는 월 25만~35만 원, 오흐리드 지역은 관광 성수기에도 40만 원 내외였다. 외식은 4천 원이면 충분했고, 현지 시장에서는 제철 과일을 아주 저렴하게 구할 수 있었다.
치안: 폭력 범죄율이 낮고, 소도시 분위기 덕분에 밤에도 안전하게 다닐 수 있었다. 특히 오흐리드 지역은 현지인들이 관광객을 따뜻하게 맞아주는 것으로 유명했다.
현지 생활 팁: 대중교통이 불편하므로 자전거를 구입하거나 장기 버스권을 활용하는 게 좋았다. 또한 호수 주변 카페에서 현지 학생들과 교류하면 영어로도 소통이 가능해 외로움이 줄어들었다.
우루과이(Uruguay) – 남미의 숨은 안정 국가
남미 하면 치안 불안을 떠올리지만, 우루과이는 전혀 다른 분위기였다. 정치적으로 안정적이고, 범죄율도 낮아 외국인이 장기 체류하기 좋은 나라였다.
물가: 수도 몬테비데오에서 월세는 40만~60만 원 선, 카페 식사는 6천 원 정도였다. 아르헨티나나 브라질보다 생활비가 합리적이었다.
치안: 남미에서 드물게 밤에도 해변 산책이 가능할 만큼 치안이 안정적이었다. ‘라틴 아메리카의 스위스’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현지 생활 팁: 현지인들이 매일 즐기는 마테차 문화에 익숙해지면 자연스럽게 교류가 이루어졌다. 또한 주말마다 열리는 재래시장에서는 신선한 채소, 고기, 치즈를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현지 생활에 도움이 되었다.
정리: 알려지지 않았지만, 살기 좋은 나라들
알바니아, 북마케도니아, 우루과이는 관광객에게는 덜 알려졌지만 실제로 1년을 살아보기엔 물가와 치안, 그리고 사람들의 친절함까지 만족스러웠다. 1년 살기를 꿈꾼다면 유명세에 가려진 나라들을 눈여겨볼 필요가 있었다. 안정적인 환경 속에서 새로운 문화를 배우고, 여유로운 삶을 즐기는 것, 그것이야말로 장기 체류의 진짜 매력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