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계절이 분명하다’는 말은 단순히 날씨만 말하는 게 아니다. 계절이 바뀔 때마다 도시의 색, 사람들의 표정, 카페 메뉴, 거리의 속도까지 달라지는 곳이 있다. 한국처럼 봄·여름·가을·겨울이 뚜렷한 나라에서는 ‘한 달 살기’는 단지 시작에 불과하다. 그 나라의 진짜 매력은 계절이 몇 번 돌아야 보인다.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도시의 모습이 펼쳐지는 나라들을 소개한다. 이런 곳들은 다시 가야만 한다. 그 계절을 놓쳤다는 이유 하나만으로도.
1. 일본 홋카이도 – 계절마다 여행 목적이 달라지는 곳
홋카이도는 4계절의 변화가 뚜렷하고, 그 변화가 관광 요소가 된다. 봄에는 홋카이도대학 은행나무길이 연둣빛으로 물들고, 여름엔 후라노의 라벤더 축제가 펼쳐지며, 가을엔 단풍 드라이브 코스로 유명한 조잔케이 온천 지역이 붉게 타오른다. 겨울엔 삿포로 눈축제와 루스츠, 니세코 스키장이 세계 각국에서 스키어를 불러 모은다. 계절마다 가볼 도시와 액티비티가 아예 달라지기 때문에, 한 달만 살면 나머지 계절이 너무 궁금해진다.
2. 캐나다 퀘벡 – 중세 감성과 북미 자연이 만나는 도시
퀘벡은 프랑스어를 사용하는 유일한 캐나다 주다. 구시가지의 석조 건물들은 계절마다 완전히 다른 분위기를 연출한다. 5월~6월엔 튤립과 벚꽃이 피고, 7~8월은 여름 페스티벌과 스트리트 공연이 밤늦도록 이어진다. 9월~10월 단풍철은 근교 몽트랑블랑 국립공원과 함께 로드트립 명소로 인기고, 12월~2월에는 크리스마스 조명과 눈 덮인 성채가 동화처럼 펼쳐진다. 계절에 따라 입는 옷도, 타는 교통수단도, 마시는 음료도 다르다. 실제로 퀘벡은 ‘계절별 장기 거주 추천 도시’로 손꼽히는 곳이다.
3. 체코 프라하 – 감정의 색깔이 계절 따라 바뀌는 도시
프라하는 사계절 내내 아름답지만, 그 아름다움의 색이 계절마다 다르다. 봄엔 비셰흐라드 언덕에서 내려다보는 벚꽃 핀 블타바 강, 여름엔 찬 맥주와 함께하는 야외 음악회, 가을엔 카를교 위를 덮는 아침 안개와 붉은 단풍, 겨울엔 구시청사 광장에서 열리는 크리스마스 마켓. 감성적인 도시지만, 정보적으로도 거주 환경이 좋다. 1개월 단기 렌트가 가능하며, 대중교통 정기권도 저렴하다. 1년 내내 문화 행사가 열리는 도시라 계절마다 생활 루틴이 달라진다.
4. 슬로베니아 블레드 – 작지만 풍경의 깊이가 달라지는 호수 마을
블레드는 슬로베니아의 작은 마을이지만, 사계절 호수 풍경이 너무 달라 매번 새롭다. 봄엔 신록과 호숫가 카페, 여름엔 수영·보트·패러세일링, 가을엔 단풍이 번지는 블레드성 뷰포인트, 겨울엔 얼어붙은 호수 위에서 썰매를 타는 체험까지 가능하다. 블레드는 숙소가 저렴하고, 슬로베니아는 물가가 유럽 평균 대비 낮은 편이다. 렌터카 없이도 기차+버스로 근교 이동이 가능해 계절 따라 자연을 체험하고 싶은 사람에게 안성맞춤이다.
결론 – 한 달로 끝나기엔 부족한 계절의 도시들
봄은 설렘, 여름은 자유, 가을은 깊이, 겨울은 고요함을 준다. 이 네 감정을 다 느낄 수 있는 도시를 한 달 살기로 끝내는 건 오히려 손해다. 계절이 또 오면,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자연스럽게 생긴다. 단기 여행보다 더 깊이, 그러나 한 계절만으론 부족한 도시들. 사계절을 여행한다는 건 결국, 그 도시의 모든 표정을 다 본다는 뜻이다. 계절이 돌아올 때마다 그 도시가 먼저 떠오른다면, 그곳은 이미 당신의 두 번째 고향일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