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에서 1년 살기를 계획할 때 누구도 예상하지 못하는 변수가 바로 갑작스러운 귀국이었다. 부모님의 건강 문제, 아이의 학업 사정, 예상치 못한 경제적 부담, 회사 복귀 요구 등으로 체류 계획이 중단되는 경우가 생긴다. 문제는 귀국 결정이 곧바로 주거 계약, 비자, 학비, 보험, 항공권, 세금 등 여러 가지 현실적인 문제를 동반한다는 점이었다. 따라서 장기 체류자라면 ‘갑자기 귀국할 수도 있다’는 가정하에 최소한의 대비책을 마련해 두는 것이 필요했다.
주거 계약과 보증금 환불
장기 렌트 계약에서 가장 큰 부담은 중도 해지였다. 독일이나 프랑스 같은 유럽 국가는 최소 6개월~1년 계약을 요구하며, 중도 해지 시 보증금을 돌려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았다. 태국, 베트남 같은 동남아 국가에서는 외국인에게 3개월치 보증금을 요구하고, 계약 종료 전에 나가면 반환이 거부되는 사례가 많았다. 이런 문제를 막기 위해서는 계약서에 ‘조기 해지 조항(Early Termination Clause)’을 반드시 삽입해야 했다. 예를 들어 2개월 전에 통보하면 보증금의 절반을 반환받는 식이다. 또 보증금 반환을 현금 대신 계좌 이체로 받도록 명시하면 추후 분쟁 시 증빙이 가능했다. 실제 교민 사례에서, 단순 구두 약속만 믿고 나갔다가 보증금을 전혀 돌려받지 못한 경우도 있었다.
비자 취소와 출입국 신고
갑작스러운 귀국에서 비자 문제는 종종 간과된다. 많은 나라에서 장기 체류 비자를 보유하다가 조기 귀국하면 비자가 자동 소멸되지만, 일부 국가는 반드시 출입국 관리소에서 ‘비자 취소 신고’를 해야 한다. 태국은 장기 비자 소지자가 조기 귀국하면서 신고를 하지 않으면 재입국 시 불이익을 받을 수 있고, 말레이시아는 학생비자 취소 절차를 밟지 않으면 다음번 비자 발급이 지연된다. 따라서 귀국 전에 현지 출입국 관리소에 방문해 체류 종료 신고를 하고, 필요하다면 ‘체류 종료 확인서(Exit Certificate)’를 발급받아 두는 것이 안전했다. 이 절차는 나중에 다시 그 나라에 입국할 때 체류 기록에 문제를 남기지 않기 위해 매우 중요했다.
학비, 보험, 항공권 위약금
아이를 국제학교에 등록한 경우, 학기 중간에 퇴학하면 학비 환불이 거의 불가능하다. 일부 학교는 등록금과 활동비를 전액 몰수하는 규정을 두고 있었다. 따라서 입학 계약서에 반드시 환불 규정을 확인하고, 일부 반환 조항을 협상하는 것이 필요했다. 보험 역시 장기 체류용 보험을 중도 해지하면 위약금이 발생하거나 환불 불가 조건이 많았다. 항공권은 더 복잡했다. 저가 항공권은 대부분 환불 불가이고, 변경 수수료가 왕복 티켓 가격의 절반에 이르는 경우도 있었다. 이를 피하려면 환불 가능한 항공권이나 최소한 변경 수수료가 낮은 옵션을 선택하는 것이 좋았다. 일부 여행자 보험에는 ‘긴급 귀국 지원 서비스’가 포함되어 있어, 위급 상황 시 항공권 비용을 보조받을 수도 있었다.
귀국 시 금융·세금 문제
갑작스러운 귀국은 단순히 생활을 정리하는 것이 아니라 금융·세금 문제와도 연결된다. 해외 은행 계좌를 정리하지 않고 귀국하면 관리 수수료가 누적되거나, CRS 제도로 인해 한국 국세청에 자동 보고되어 불필요한 세무조사 리스크가 생길 수 있다. 또 현지에서 미납한 공과금, 휴대폰 요금, 인터넷 비용은 체납으로 남아 재입국 시 문제가 될 수 있었다. 귀국 전에는 반드시 은행 계좌를 정리하고, 모든 자동이체를 해지하며, 현지 세금·보험료 체납 여부를 확인해야 했다. 이 과정을 소홀히 하면 귀국 후에도 고지서와 체납 통보가 따라오는 불편을 겪을 수 있었다.
정리: 갑작스러운 귀국은 예외가 아니다
해외 1년 살기에서 갑작스러운 귀국은 누구에게나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었다. 그러나 주거 계약에 조기 해지 조항을 넣고, 비자 취소 절차를 밟으며, 학비·보험·항공권 환불 조건을 사전에 확인하면 불필요한 손실을 줄일 수 있었다. 귀국 전에는 은행 계좌와 공과금을 정리하고, 출입국 관리소에서 체류 종료 신고를 완료하는 것이 필수였다. 결국 갑작스러운 귀국은 특별한 사건이 아니라 준비해야 할 시나리오였고, 꼼꼼한 대비가 장기 체류의 안정성과 신뢰를 지키는 마지막 안전망이 되었다.